
1. 숫자는 기업의 언어다
기업은 말 대신 숫자로 자신을 드러낸다.
매출이 늘었다는 말보다 “전년 대비 +12% 성장”이 훨씬 강력하다.
투자자에게 숫자는 문장이고, 문장 속엔 의도가 있다.
그래서 투자자는 회계보다 해석력을 배워야 한다.
2. PER ― 이익의 배수, 기대의 크기
PER은 Price to Earnings Ratio, 즉 ‘주가 ÷ 주당순이익(EPS)’이다.
기업이 한 해 벌어들인 이익에 비해 주가가 몇 배인지 보여준다.
PER이 10배라면, 지금의 이익이 계속 유지된다고 가정할 때 10년 동안 벌어야 투자금이 회수된다는 뜻이다.
- PER이 높다 → 시장이 그만큼 미래를 낙관한다.
- PER이 낮다 → 불확실하거나 관심이 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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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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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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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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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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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없음. 구조적 위기나 회계 특수 상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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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미래 이익이 지속 불가능하다고 보는 경우. (예: 한시적 흑자, 일회성 수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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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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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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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제조업, 경기 민감주, 혹은 성장 기대가 낮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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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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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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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S&P500 장기평균도 대체로 이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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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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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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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바이오, 플랫폼 기업 등. 미래 이익에 대한 선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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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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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 또는 급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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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 AI, 반도체 등 “이익보다 꿈을 사는 구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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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전체로 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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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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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 PER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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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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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코스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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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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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제조·금융 중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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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S&P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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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2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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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대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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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주(IT, 2차전지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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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100배 이상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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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이익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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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민감·가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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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0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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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이지만 성장 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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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PBR ― 자산의 거울, 신뢰의 척도
PBR은 Price to Book Ratio, ‘주가 ÷ 주당순자산(BPS)’이다.
즉, 회사의 순자산(자본)을 기준으로 현재 주가가 얼마나 고평가 혹은 저평가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PBR이 1 미만이면, 기업의 자산가치보다 싸게 거래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게 ‘무조건 싸다’는 의미는 아니다.
기업이 비효율적이거나 시장의 신뢰를 잃었을 수도 있다.
- PBR 1배 → 회사의 장부상 자산가치와 주가가 같다.
- PBR 2배 → 시장이 장부가치보다 2배 비싸게 사준다.
- PBR 0.5배 → 자산 1,000원을 500원에 거래하는 셈.
PBR이 1보다 낮으면 ‘저평가’일 가능성이 있고, PBR이 1보다 높으면 ‘프리미엄’을 받고 있는 상태
왜 1을 기준으로 삼을까?
기업의 순자산(BPS)은 “부채를 갚고 남은 주주의 몫”이다.
이걸 기준으로 1배라면 “지금 이 회사를 청산하면 딱 주가만큼 돈이 돌아온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이론적 기준선은 PBR=1.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이 ‘1’이
기업의 신뢰도와 수익성에 따라 달라진다.
현실에서의 기준선
PBR은 산업별로 기준이 다르다 . 기업의 자산 구조와 수익성이 다르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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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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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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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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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금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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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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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가치 중심. 낮으면 저평가, 높으면 신뢰도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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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서비스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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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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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형자산보다 무형가치(브랜드, 기술력 등)가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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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AI·바이오 등 성장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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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0배 이상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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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기대치 반영. 현재 자산보다 ‘아이디어’ 가치가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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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조선 등 경기민감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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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8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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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의존적. 불황 땐 자산가치마저 할인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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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이 낮을 때 (1 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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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이 기업의 미래 수익성에 회의적일 때
- 혹은 자산의 질(현금화 가능성)이 떨어질 때
- “회사가 있어도 없어도 그만”인 느낌일 때
→ 예: 조선·건설·중공업 등 경기순환 산업이 불황일 때 (ROE가 낮고, 적자 지속 기업)
PBR이 높은 때 (1 이상~10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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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형자산(브랜드, 기술, 데이터)**의 가치가 크거나
- ROE가 높아 이익 효율이 뛰어난 기업
- 시장이 “이 회사는 자산보다 훨씬 더 벌어들일 거야”라고 믿을 때
→ 예: 애플, 엔비디아, 네이버, 카카오 (실제 PBR 10배 이상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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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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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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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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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7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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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 이유가 있는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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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 불황, 신뢰 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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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배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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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가 근처의 합리적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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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적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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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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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 기대 프리미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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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력·브랜드가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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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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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선반영한 시장의 신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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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장주, 밈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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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ROE ― 돈 버는 효율, 경영의 체온
ROE는 Return on Equity, 즉 ‘순이익 ÷ 자기자본’.
자기 돈으로 얼마만큼 수익을 내는지를 보여준다.
ROE가 15%를 넘는 기업은 흔치 않다.
그건 돈이 효율적으로 돌고 있다는 뜻이다.
ROE가 높을수록 경영진은 자본을 잘 굴리고, ROE가 낮을수록 돈이 잠들어 있는 셈이다.
숫자 해석
- ROE 5% 미만 → 돈이 거의 돌지 않는 상태. = 기업은 살아 있지만, ‘체온이 낮은 사람’
- ROE 10~15% → 시장이 인정하는 안정적 수익 구조.
- ROE 15~20% 이상 → ‘돈 버는 기계’ = 이 수준이면 자본 효율이 매우 높고, 성장성까지 반영된 상태
주의할 점
ROE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왜냐면 그 수익이 빚(부채) 으로 만들어졌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ROE를 끌어올리기 위해 부채를 과도하게 늘리면, 단기적으로는 ROE가 높아지지만,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건강이 무너진다.
그래서 진짜 투자는 단순히 “ROE가 몇 %인가”가 아니라 “그 ROE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를 봐야 한다.
ROE는 숫자가 아니라 체온이다. 너무 낮으면 병든 기업, 너무 높으면 과열된 기업이다.
5. 세 지표의 삼각형 ― PER·PBR·ROE의 관계
이 세 가지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수학적으로 이렇게 연결된다.
PBR = PER × ROE
즉,
이익이 늘면(ROE↑) PER이 유지돼도 PBR이 상승하고,
ROE가 낮으면 PER이 높아도 결국 PBR이 눌린다.
시장은 이 세 변의 균형이 깨질 때 움직인다.
이 공식은 단순하지만, “성장(ROE)”과 “기대(PER)”와 “자산(PBR)”의 삼각관계를 한눈에 보여준다.
📊 예시 1 ― 안정적인 가치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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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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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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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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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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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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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10년치 이익’으로 투자금 회수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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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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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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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의 10% 수익 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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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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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 0.10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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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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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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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부가와 주가가 일치 — ‘정상적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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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기업은 안정적, 꾸준한 이익형 (예: 금융, 제조) 가격과 가치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 예시 2 ― 성장 기대가 높은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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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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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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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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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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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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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25년치 이익을 선반영 (기대 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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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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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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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효율이 매우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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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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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 0.20 =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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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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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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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대비 5배 프리미엄 — ‘성장 신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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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기업은 IT·AI·바이오처럼 현재보다 미래에 베팅하는 시장의 ‘신앙형’이다 .
📊 예시 3 ― 저평가된 전통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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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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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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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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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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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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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이 거의 관심이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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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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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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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낮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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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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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 0.05 = 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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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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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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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1,000원을 250원에 거래 — ‘극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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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겉으로 보면 싸지만, 대부분은 불황·산업 침체·성장성 부재 때문이다.
📊 예시 4 ― 일시적 착시형 고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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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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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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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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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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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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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불신으로 저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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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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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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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 매각 등 일회성 이익으로 급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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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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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 0.40 =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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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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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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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보기에 정상이나 실제로는 왜곡된 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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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E가 일시적으로 높을 경우,
PER과 PBR이 왜곡되어 ‘싸 보이지만 위험한 상태’가 될 수 있다.
💡 핵심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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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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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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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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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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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율 ― 얼마나 잘 굴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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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진 출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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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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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 얼마나 신뢰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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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속 페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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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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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 ― 시장이 내린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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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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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R = PER × ROE
하지만 엔진이 약하면, 아무리 밟아도 속도는 안 난다.
6. 투자자의 해석 ― 숫자보다 맥락을 읽어라
PER이 낮다고 해서 싸지 않다. ROE가 높다고 해서 반드시 좋지도 않다.
숫자는 결과일 뿐, 원인은 항상 그 뒤에 있다.
이익이 늘어도 부채가 급증했다면 위험하고, ROE가 높아도 일시적인 유행 덕분이라면 꺼져간다.
그래서 진짜 투자자는 숫자를 외우지 않고, 숫자 사이의 여백을 읽는다. (--> 내가 제일 잘못하는 부분)
7. 결론 ― 숫자는 인간의 마음을 닮았다
주식 시장의 모든 숫자는 인간의 감정이 굳어진 형태다.
PER은 기대,
PBR은 신뢰,
ROE는 성과다.결국 숫자를 읽는다는 건, 기업의 마음을 읽는 일이다.
숫자가 말해주는 건 단순한 수익이 아니라, 그 회사가 얼마나 ‘살아 있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