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기업도 일기를 쓴다
사람이 하루를 일기로 남기듯, 기업도 1년을 기록한다.
그 기록의 이름이 바로 재무제표(財務諸表)다.
이건 단순한 회계 보고서가 아니다. 기업의 성격, 습관, 체력, 심지어 성미까지 드러난다.
숫자는 말이 없지만, 오래 바라보면 성격이 보인다.
빚을 줄이며 꾸준히 이익을 쌓는 기업은 ‘신중한 사람’, 현금이 빠듯한데 외형만 키우는 기업은 ‘허세 많은 사람’ 같다.
2. 재무상태표 ― 지금의 사진 한 장
재무상태표는 기업의 ‘현재’를 찍은 사진이다. 가장 기본이 되는 방정식은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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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무재표 예시
자산: 323,382,811백만 원
유동자산: 88,773,816백만 원
비유동자산: 234,608,995백만 원
유동부채: 74,771,238백만 원
총부채: 83,310,816백만 원
자기자본: 240,071,995백만 원
유동비율: 118.73%
부채비율: 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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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식이 균형을 이룰 때, 기업은 건강하다.
재무제표를 보면, 총자산은 323,382,811백만 원, 그중 유동자산이 88,773,816백만 원, 비유동자산이 234,608,995백만 원이다.
유동자산은 1년 안에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고, 비유동자산은 오랜 기간 기업의 근육을 만드는 자산이다.
즉, 유동자산이 숨이라면 비유동자산은 근육이다.
3. 유동비율 ― 단기 체력의 지표
유동비율 = 유동자산 ÷ 유동부채 × 100
유동비율은 118.73%인 기업은
1년 안에 갚아야 할 빚(유동부채 74,771,238백만 원)에 비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약 18% 더 많다는 뜻이다.
보통 200% 이상이면 매우 건전,
100~150%는 양호,
100% 미만이면 단기 위험 신호로 본다.
즉, 이 기업은 당장은 숨은 좀 가쁘지만 당장 무너질 정도는 아닌 ‘보통 체력’을 가진 셈이다.
4. 부채비율 ― 빚의 무게를 읽는 법
부채비율 = 부채 ÷ 자본 × 100
총부채는 83,310,816백만 원, 자기자본은 240,071,995백만 원,
따라서 부채비율은 34.7%다.
일반적으로 100% 미만이면 건전,
200% 이상이면 위험 구간으로 본다.
이 기업은 부채를 지렛대처럼만 쓰는 정도로, 재무구조는 매우 안정적이다.
5. 수익성 비율 ― 기업의 체온
기업의 수익성은 ‘얼마 벌었는가’가 아니라 ‘얼마의 자본으로 얼마나 효율적으로 벌었는가’로 판단한다.
ROE(자기자본이익률) = 당기순이익 ÷ 자기자본 × 100
ROA(총자산이익률) = 당기순이익 ÷ 총자산 × 100
예를 들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이 10,000,000백만 원이라면,
ROE는 약 4.2%, ROA는 약 3.1%다.
주주가 투자한 100원으로 4원을 번 셈이다.
ROE가 10%를 넘으면 수익성이 우수, 5% 안팎은 보통, 3% 이하는 개선이 필요한 구조다.
이 비율은 기업의 ‘체온’이다.
너무 높으면 과열, 너무 낮으면 냉각이다.
6. 자기자본과 투자 ― 돈이 말하는 철학
자기자본은 단순히 ‘남은 돈’이 아니다.
이익을 어떻게 쓰느냐가 그 기업의 철학을 말해준다.
보수적인 기업은 잉여금을 쌓고, 공격적인 기업은 신사업에 투자한다.
이익잉여금이 꾸준히 쌓이면 안정, 유상증자가 잦으면 성장 의지다.
자본의 크기보다 자본의 방향이 더 중요하다.
7. 지배기업과 종속기업 ― 연결의 세계
요즘 대부분의 대기업은 연결 재무제표(consolidated financial statements)를 쓴다.
지배기업과 종속기업의 재무 정보를 합쳐 하나의 숫자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걸 봐야 그룹 전체의 체력을 알 수 있다.
개별 재무제표는 본사의 근육이고, 연결 재무제표는 전체 생태계의 혈관이다.
효자 자회사가 그룹 전체를 살릴 수도, 적자 자회사가 모기업의 이익을 삼킬 수도 있다.
그래서 진짜 분석은 ‘연결’을 봐야 완성된다.
8. 비용, 투자, 그리고 신뢰
기업의 재무제표는 결국 신뢰의 기록이다.
유동비율이 높아도 거짓이 섞이면 무너지고, 부채비율이 낮아도 흐름이 꼬이면 위험하다.
숫자의 건전성보다 중요한 건 일관성이다.
이익이 늘 때 자산이 함께 늘고, 현금이 꾸준히 흘러들어오면 그 기업은 ‘습관이 좋은 사람’이다.
9. CAPEX와 OPEX ― 성장과 유지의 두 갈래 길
기업이 쓰는 모든 돈에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OPEX(Operating Expenditure), 즉 운영비용, 그리고 CAPEX(Capital Expenditure), 자본적 지출(설비투자)이다.
OPEX는 지금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다.
급여, 임대료, 마케팅비, 재료비 같은 ‘지속비용’이 여기에 포함된다.
이건 손익계산서에 들어가서 바로 ‘비용’으로 처리된다.
반면 CAPEX는 내일을 만들기 위한 투자다.
공장 신축, 서버 증설, 특허 취득, 연구개발 장비 구입처럼 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지출이다.
이건 손익계산서가 아니라 재무상태표의 자산으로 올라가 몇 년에 걸쳐 감가상각(Depreciation) 형태로 비용화된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숫자를 잘못 읽게 된다.
CAPEX가 늘면 단기 손익은 나빠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래의 수익을 위한 ‘투자 중’일 수 있다.
OPEX가 줄면 이익률은 좋아지지만, 회사가 미래 성장을 포기했을 수도 있다.
그래서 분석가들은 손익계산서만 보지 않고 현금흐름표의 ‘투자활동 현금흐름’ 항목을 함께 본다.
거기서 CAPEX의 흐름을 읽고, 회사가 지금 유지 중인지, 확장 중인지 판단한다.
OPEX는 오늘을, CAPEX는 내일을 위한 지출이다.
재무제표는 결국 “이 회사가 오늘을 사는가, 내일을 사는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