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et’s, 움직이지 않는 자산의 철학
2007년, 잠실 트리지움 전용 84㎡의 분양가는 약 3억 원이었다.
당시 그 금액은 신혼부부에게는 꿈같은 돈이었고, 은행 대출로는 벅찬 수준이었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지금, 같은 평형의 시세는 30억 원을 훌쩍 넘는다.
이건 단순히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수준이 아니다.
하나의 자산이 세대의 심리, 통화정책, 그리고 사회적 신뢰 구조를 압축한 결과다.
서울의 부동산은 단순한 주거가 아니라 “시간이 만든 자산”이다.
땅은 생산할 수 없고, 건물은 낡아도 위치는 늙지 않는다.
그래서 부동산은 ‘움직이지 않음’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경제적 가치로 전환한 특이한 자산이다.
경제학적으로 표현하면, 공급이 비탄력적인 시장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가격은 심리에 의해 움직인다.
즉, 부동산의 가격은 ‘공급’보다 ‘기대의 총량’에 의해 결정된다.
🏗 지대의 논리 ― 땅은 왜 스스로 돈을 번다고 느껴지는가
경제학자 리카도(David Ricardo)는 토지를 ‘지대(rent)’로 설명했다.
이는 노동이나 자본이 만들어낸 생산의 대가가 아니라, 존재 자체가 가진 위치의 가치다.
잠실, 반포, 용산 같은 지역은 시간이 흐를수록 ‘기대의 누적’이 일어난다.
2008년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 33평형은 9억 원대였다.
2025년 현재는 40억 원을 넘어섰다.
그 사이 코스피는 1,800 → 2,400으로 30% 상승했고, 평균 월급은 250만 원 → 400만 원으로 약 60% 증가했다.
즉, 실제 소득보다 심리적 기대가 5배 빠르게 상승한 셈이다.
이건 생산의 논리가 아니라 ‘신념의 경제학’이다.
모두가 오를 거라 믿는 한, 가격은 그 믿음을 반영한다.
그래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은 금리보다, 물가보다, GDP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부동산은 실물인 동시에, 집단 심리의 금융자산이다.
🏡 부동산은 왜 심리의 거울이 되었는가
2020년대 초반, 코로나19로 인한 초저금리와 유동성 확대가 시작되자
사람들은 “현금보다 집”을 외쳤다.
그 결과 송파 헬리오시티는 2018년 입주 당시 8억이던 전용 84㎡가 2022년엔 22억까지 상승했다.
그 후 금리 인상기가 오자 시장은 얼어붙었지만, 심리적 고점은 쉽게 식지 않았다.
이건 단순한 투기심이 아니라, ‘불안의 경제학’이다.
부동산은 인간의 두 가지 본능, 안정에 대한 욕망과 불안에 대한 회피를 동시에 자극한다.
그래서 경제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는 자산’을 원한다.
즉, 땅은 신뢰의 대체재로 기능한다.
화폐의 가치가 흔들릴수록, 사람들은 ‘토지의 시간성’을 신뢰한다.
📈 시간이 만든 부의 편차
문제는 이 신뢰가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격차’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잠실 트리지움의 3억과 30억의 간극은 단순히 10배가 아니다.
같은 시간 동안 월급으로는 따라잡을 수 없는 구조적 단절이다.
부동산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세대 간 자산 이동의 지표다.
즉, 부동산은 단순히 경제학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학의 핵심 주제다.
📜 결론 ― 땅은 생산되지 않는다, 그래서 믿음이 된다
경제학적으로 보면 부동산은 ‘비탄력적 자산’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신뢰의 상징’이다.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금리도, 정책도, 공급도 아닌, 기대와 시간의 합성 함수다.
서울의 부동산은 인간의 믿음이 만든 가장 견고한 피라미드이며,
그 위에 올라타려는 욕망과 불안이 우리 사회의 경제를 움직이고 있다.
결국 우리는 부동산의 가격을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재된 **‘기대의 심리’와 ‘시간의 축적’**을 읽어야 한다.
이것이 “움직이지 않는 자산의 철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