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금리는 숫자가 아니라 온도다
금리는 경제의 체온계다. 숫자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심리의 온도다.
2021년,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0.5%였다.
그때 사람들은 “돈이 너무 싸다”고 느꼈고, 그 감정은 행동으로 번졌다.
주식은 폭등했고, 부동산 거래량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그런데 단 2년 만에 금리가 3.5%로 올라가자,
같은 사람들은 “이제 아무것도 사면 안 된다”고 믿기 시작했다.
경제학적으로 금리란 ‘현재의 돈’과 ‘미래의 돈’을 바꾸는 교환비율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금리는 ‘공포의 온도계’로 작동한다.
낮을 땐 탐욕이, 높을 땐 두려움이 확산된다.
이 두 감정이 오르내리는 동안, 시장은 스스로의 착시를 만든다.
🏗 정책은 현실을 바꾸지 못하고, 심리를 따라간다
2020년대 초반 정부는 부동산 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출규제를 강화했다.
LTV, DTI, 종부세, 취득세 — 숫자는 복잡했지만 사람들의 결론은 단순했다.
“지금 안 사면 평생 못 산다.”
결국 규제의 본래 의도와 반대로, 시장은 더 달아올랐다.
정책은 시장의 심리를 억제하는 게 아니라, 방향을 바꿀 뿐이다.
세금이 높아지면 ‘팔지 않음’이 늘어나고, 대출이 막히면 ‘증여’와 ‘편법 거래’가 늘어난다.
정책이 현실을 다스리기보다, 심리가 정책을 이용한다.
실제 데이터는 그걸 증명한다.
2021년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약 12만 건이었지만, 2023년에는 금리 인상으로 3만 건 수준으로 감소했다.
가격은 떨어졌지만, 매물은 오히려 줄었다.
“싸도 안 산다, 팔아도 안 산다.”
이게 바로 정책과 금리의 역설이다.
💸 부동산의 착시 ― 심리는 금리보다 빠르다
많은 사람이 금리가 내려가면 집값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면 집값이 떨어진다고 단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보다 복잡하다.
시장은 ‘예상 금리’, 즉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될 것 같은가’라는 심리에 따라 움직인다.
2024년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돌자 거래가 다시 살아났다.
금리가 실제로 내린 것도 아니었고, 정책이 바뀐 것도 아니었다.
그저 ‘이제 끝났다’는 안도감이 시장을 움직였다.
즉, 부동산은 ‘현실의 숫자’보다 ‘미래의 기분’을 먼저 반영한다.
이게 바로 금리의 착시다.
금리는 숫자로 조절되지만, 시장은 감정으로 반응한다.
그리고 그 감정이 누적되면,
결국 숫자 자체보다 더 큰 파동을 만든다.
📉 결론 ― 정책은 통계로 움직이지만, 시장은 믿음으로 움직인다
정부는 데이터를 본다.
하지만 사람들은 뉴스를 본다.
그리고 뉴스는 통계보다 훨씬 빠르게 확산된다.
한 문장의 발표가, 수십만 명의 심리를 바꾸고, 그 심리가 곧 가격이 된다.
정책과 금리의 실패는 바로 여기서 비롯된다.
정책은 ‘시장’을 다스리려 하지만, 실제로는 ‘인간’을 다루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부동산 시장의 진짜 금리는 숫자가 아니라 심리다.
그 심리를 누가 먼저 읽느냐가 경제의 온도를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