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는 하루] 공간의 경제학 ― 인구와 기술이 재편한 공간의 미래

🧭 도시는 더 빽빽해지는데, 사람은 줄어든다

한국의 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줄기 시작했다.

통계청은 2070년에 인구가 3,700만 명대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서울의 불은 꺼지지 않는다.

지방 도시가 텅 비는 동안, 수도권 인구 비중은 오히려 50%를 넘어섰다.

이건 단순한 인구 분포의 문제가 아니라, 경제의 공간 집중 현상이다.

산업이 서비스화되고, 일자리가 디지털로 옮겨가면서 공간의 가치가 ‘면적’에서 ‘밀도’로 바뀌었다.

더 많은 데이터, 더 많은 연결, 더 많은 교류가 가능한 곳이 더 비싸진다.

그래서 인구는 줄어도, 서울의 아파트는 여전히 오른다.

 

🤖 AI는 노동을 바꾸고, 노동은 공간을 바꾼다

기술의 진보는 사람을 공간에서 해방시켰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공간의 중요성을 더 강화시켰다.

재택근무가 일상이 된 시대지만, 카페와 공유오피스, 데이터센터, 물류허브의 임대료는 오히려 상승했다.

AI와 자동화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면서 공장은 줄고, 서버실은 늘었다.

생산의 중심이 ‘기계가 일하는 공간’으로 옮겨간 것이다.

결국 우리가 사용하는 전기, 네트워크, 데이터는 모두 “보이지 않는 부동산” 위에서 작동한다.

이제 부동산은 아파트와 빌딩만이 아니다.

클라우드 센터, 해저케이블, 전력망까지 확장된 개념의 ‘공간 인프라’다.

현대의 자산은 물리적 위치와 디지털 연결이 동시에 존재해야 가치를 가진다.

 

🏙 공간의 미래 ― 소유에서 점유로, 점유에서 접속으로

Z세대의 소비 패턴은 이미 ‘소유’를 중심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집을 사기보다 ‘살아보기’를 택하고, 차를 사기보다 ‘타보기’를 선택한다.

공간조차도 ‘내 공간’이 아니라 ‘접속 가능한 공간’으로 인식된다.

공유오피스, 셰어하우스, 단기 임대는 단순한 주거나 업무 형태의 변화가 아니라 경제적 관념의 전환이다.

부동산은 자산이 아니라, ‘이용권’으로 진화 중이다.

즉, 부동산의 가치는 ‘소유자’가 아니라 ‘사용자’가 만든다.

이 흐름은 주거의 의미를 완전히 바꿔 놓는다.

집은 ‘살아가는 곳’이 아니라,

‘일하고, 연결되고, 데이터를 생산하는 플랫폼’이 된다.

 

📈 결론 ― 공간은 더 이상 땅 위에만 있지 않다

인구가 줄어도, 기술이 발전해도 공간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그 형태가 바뀐다.

20세기의 부동산이 물리적 자산이었다면, 21세기의 공간은 정보와 연결이 결합된 네트워크 자산이다.

AI가 건물을 설계하고, 드론이 택배를 나르고, 메타버스가 부동산 광고의 중심이 되는 지금, 공간은 ‘위치’에서 ‘경험’으로,

‘가격’에서 ‘접속성’으로 이동하고 있다.

경제학의 새로운 과제는 바로 이것이다.

“공간이 줄어드는 시대에, 가치는 어디에 남는가?”

그 질문이 미래의 부동산을 정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