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양 있는 하루] 공간의 경제학 ―서울은 자산시장, 지방은 주거시장, 한국 부동산의 이중 구조

한국 부동산을 이야기할 때 우리가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평균’이지만, 동시에 이 평균이라는 개념이야말로 현실을 가장 심각하게 왜곡하는 장치라는 사실은 좀처럼 자각하지 못한다.

서울 아파트값이 내렸다거나, 전국 집값이 보합이라는 말이 반복될 때마다 사람들은 막연한 안도감이나 불안을 느끼지만, 그 숫자 안에는 애초에 작동 논리가 전혀 다른 세계 두 개가 억지로 섞여 있다.

지금의 한국 부동산은 하나의 시장이 아니라,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다른 규칙 위에서 굴러가는 두 개의 시장으로 분리되어 있다.

서울은 자산시장이고,

지방은 주거시장이다.

이 간단한 구분을 받아들이지 않는 순간, 이후의 분석은 전부 착시가 된다.

 

🏙️ 같은 부동산, 다른 동력

서울의 집값은 더 이상 소득에 의해 설명되지 않는다.

소득은 여전히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는 강남과 서울 핵심 지역의 가격을 설명할 수 없는 지점에 이미 와 있다.

2020년 이후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8억 원 수준에서 18억 원 안팎으로 올라섰지만, 같은 기간 서울 평균 가구 소득은 10% 남짓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괴리는 단순한 시장 과열이 아니라, 주택이 생활재를 넘어 금융 자산의 영역으로 구조 전환을 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서울의 주택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월급이 아니라 자본의 이동 속도다.

법인 자금, 레버리지 대출, 상속·증여, 금융투자 수익이 유입되는 통로들이 서울 핵심 지역에 집중되면서, 이 도시는 더 이상 ‘사는 곳’이 아니라 자산을 저장하고 증식시키는 구조물로 작동하게 되었다.

이런 시장에서 가격은 수요자의 생활 수준이 아니라 자본의 유입 경로에 의해 결정되며, 그 결과 서울의 주택은 거주의 공간이기보다 자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자리 잡는다.

반면 지방은 여전히 다른 궤도 위에 있다.

전북 군산이나 일부 중소 도시를 보면 2018년 이후 평균 실거래가가 2억 원대에서 1억 원대로 내려앉은 사례가 낯설지 않다.

이 지역의 주택 가격은 자본 이동보다는 인구와 산업, 그리고 생활 인프라의 유지 여부에 훨씬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다시 말해, 서울은 금융 논리 위에 서 있고 지방은 생존 논리 위에 서 있다.

 

📊 평균이 현실을 오히려 흐리는 이유

문제는 이 두 세계를 하나의 평균 속에 넣어버리는 통계 구조다.

서울 강남 아파트가 20억 원에서 23억 원으로 오르고, 어느 지방 도시의 아파트가 2억 원에서 1억 4천만 원으로 떨어질 때, 이를 단순 평균하면 ‘전국 평균 상승’이라는 결과가 도출된다.

그러나 실질적으로는 한쪽은 15% 이상 상승했고, 다른 한쪽은 30% 가까이 하락한 상태다.

하지만 평균은 이 극단적인 현실을 모두 지워버리고, 마치 별일 없는 시장처럼 포장한다.

이 평균 통계는 설명 도구가 아니라 오히려 감각을 무디게 만드는 안개로 작동한다.

누군가는 자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구간에 진입했고, 누군가는 주거 환경의 붕괴를 체감하는 단계에 들어섰는데도, 평균이라는 숫자는 이 모두를 중화된 상태로 보이게 만든다.

 

🏗️ 서울은 왜 쉽게 무너지지 않는가

서울 핵심 지역의 집값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단순한 ‘수요 과잉’ 때문이 아니다.

이 시장의 상당 부분은 실거주 목적의 무주택자가 아니라, 이미 자산을 보유한 다주택자 혹은 자산 운용자들에 의해 지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 서울 강남 3구 아파트 매수자의 상당 비율이 2주택 이상 보유자였다는 점은 이 시장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이러한 시장에서 매도는 공포에 의해 촉발되지 않는다.

조정은 있을 수 있지만, 자본은 쉽게 항복하지 않는다.

그래서 서울은 하락 국면에서도 가격 급락보다는 거래량 감소와 지역 간 격차 확대로 반응한다.

이건 거품이 아니라 구조이고, 구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에 따라 방향을 바꿀 뿐이다.

 

🏚️ 지방은 왜 먼저 흔들리는가

지방 부동산은 서울과 다른 이유로 먼저 흔들린다.

이곳은 자본의 싸움터가 아니라 인구와 산업의 지속성이 좌우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국 100여 개 이상의 지역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초등학교 신입생이 열 명도 채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인구 감소는 주거 수요 감소로 직결되고, 주거 수요 감소는 상권 붕괴와 공공 서비스 축소로 이어진다.

이때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결과이지 원인이 아니다.

지방의 집값 하락은 단순한 조정이 아니라, 지역 기능이 축소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이를 여전히 “언젠가는 다시 오를 것”이라는 관성적 시장 논리로 해석하지만, 인구와 산업이 돌아오지 않는 한 이는 가격 문제가 아니라 구조 문제다.

 

🧭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그래서 이제는 더 이상 “집값이 오를 것인가, 내릴 것인가”라는 질문만 반복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질문은 “어디의 집값을 말하고 있는가”다. 서울의 부동산은 자본의 논리로 움직이고 있고, 지방의 부동산은 생존과 지속 가능성의 논리로 흔들리고 있다.

이 두 세계를 하나의 기준으로 보려는 순간, 판단은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다.

이제 부동산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지 말고, 서로 다른 여러 시장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투자 전략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사회 공간 구조를 이해하는 문제에 가깝다.

다음 글에서는 이 이중 구조 위에 놓인 전세 시스템이 어떻게 붕괴되고 변형되어 왔는지를 다룰 계획이다.

오늘 우리가 마주한 불안은 단순한 가격 변동이 아니라, 주거 구조 자체가 전환되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진동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