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오랫동안 집을 ‘사다리’라고 불러왔다.
전세로 시작해서, 매매로 올라가고, 더 나은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계층을 이동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주거 시장에서 집은 더 이상 사다리가 아니라 벽에 가깝다.
청년 세대는 출발선에 서기도 전에, 이미 공간적으로 분리된 세계에 진입하고 있다.
주거는 이동 경로가 아니라, 출생과 자산에 의해 결정되는 위치가 되어가고 있다.
🏢 출발선 자체가 달라졌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약 12억 원 내외,
수도권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3.3㎡당 2,500만 원 이상 수준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전용 84㎡(약 25.4평) 기준 분양가만
약 6억 4천만 원을 넘는다.
한편 20~34세 청년층의 연평균 세후 소득은 약 2,800만~3,500만 원 수준이다.
이 소득에서 생활비, 주거비, 통신비, 세금, 교통비를 제하고
매달 100만 원을 저축한다고 가정할 경우, 연간 저축 가능액은 약 1,200만 원 수준이다.
6억 원을 모으는 데 걸리는 시간은 이론적으로 50년 이상이다.
이 시점에서 이미 출발선은 무의미해진다.
청년에게 집은 목표가 아니라, 애초에 접근 불가능한 영역이 된다.
🏚️ 전세 붕괴 이후의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이전 세대에게 전세는 집으로 가기 위한 통로였다.
하지만 지금 청년 세대에게 전세는 점점 사라지고 있는 중간 지대다.
2024년 기준
서울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55~60% 이상으로 추정된다.
특히 보증금 1억 미만 소형 주택의 경우
월세 비중은 70% 이상에 달한다.
즉, 전세 → 매매 구조는 무너지고
월세 → 월세 → 월세 구조가 고착되고 있다.
월세 80만 원
관리비 15만 원
월 주거비 총 95만 원
이 구조에서
연간 주거비는 약 1,140만 원이다.
연봉 3,200만 원을 받는 청년 입장에서
세후 실수령액 대비 주거비 비율은 약 40% 수준까지 치솟는다.
주거비가 자산 형성을 막고 자산 형성 실패는 주거 이동을 다시 막는다.
이건 시장 실패가 아니라 구조 고착이다.
📉 지역 간 주거 격차는 계층 격차가 된다
이제 주거는 지역 문제가 아니라, 계층 문제다.
서울 강남·서초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 약 18억~22억 원
인천 외곽·경기 북부 일부 지역
아파트 평균 매매가: 약 2.5억~3.5억 원
가격 차이는 최대 6~8배 이상이다.
이 차이는
집값 격차가 아니라 교육, 교통, 의료, 문화 접근성의 격차로 이어진다.
즉, 어느 지역에 거주하느냐가
미래의 소득 가능성을 결정하는 구조가 형성된다.
집은 더 이상 자산이 아니라 ‘사회적 위치 결정 장치’가 되어가고 있다.
🚧 주거는 이동 경로가 아니라 고정 장치가 되었다
과거에는
청년 → 전세 → 매입 → 갈아타기 구조가 작동했다면,
지금은
청년 → 월세 → 월세 → 지역 이탈 구조가 강화되고 있다.
통계적으로도
수도권 20~30대 순유출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비수도권 청년 인구 감소 폭은
연간 5~8% 수준을 기록하는 지역도 늘고 있다.
이건 단순한 취향 문제가 아니라
주거 접근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구조적 이동이다.
그리고 이 이동은 계층을 재편한다.
주거 안정성이 낮은 계층은 교육 기회, 취업 기회, 결혼 가능성에서도 연쇄적으로 불리해진다.
🧭 청년에게 집은 더 이상 ‘꿈’이 아니라 ‘위치’다
이제 집은 사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정해진 위치’에 가깝다.
부모 자산 0
청년 개인 저축 5천만 원
대출 여력 2억 원
이 구조에서 도달 가능한 주거 영역은 이미 공간적으로 제한된다.
주거는 노력의 결과가 아니라 구조의 결과가 된다.
그리고 이 구조가 굳어질수록 주거는 계층을 고정한다.
지금 청년 문제는 일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다.
이건 개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사회가 직면한 구조적 문제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