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2025년 금은 금리·달러·ETF라는 전통적 금융 논리가 아니라, 중앙은행 실물 매입과 지정학 리스크에 끌려 올라간 '비정형 자산'이었다."
금의 상승은 보통 "실물 수요 + 금융 불안 + 지정학"이 겹칠 때 나온다. 2024~2025년은 이 세 가지가 동시에 붙어 있던 시기다.
1) 세계 중앙은행이 실물 금을 사들이는 시기
중국·인도·러시아 등 비달러권 국가들이 외환보유액을 달러 대신 금으로 쌓는 구간이다. ETF 자금이 빠져도, 중앙은행의 실물 매입이 계속되면 금은 버티거나 오히려 오른다.
2) 지정학 리스크가 연속적으로 터질 때
전쟁·제재·해상 물류 차질 등 전 세계 불확실성이 올라가면, 금은 "마지막 담보"라는 인식 때문에 위로 튄다. 2024~2025년의 사상 최고가 랠리에 이 요소가 크게 기여했다.
3) 장기 구조 불안이 커질 때
미국 재정적자, 글로벌 부채, 통화 신뢰도 문제 등 장기 구조 불안이 부각되면 단기 금리와 무관하게 금에 프리미엄이 붙는다.
금의 하락은 보통 "위험 프리미엄 해소" 혹은 "유동성 회수"에서 출발한다. 다만 이번 사이클에서는 급락보다는 "눌림·박스"로 나타난 구간이 많았다.
1) 지정학 이슈가 진정되거나, 관심이 다른 자산으로 옮겨갈 때
전쟁 뉴스가 줄어들거나, 시장이 다시 주식·크립토 등 위험자산에 집중하면 금에 붙어 있던 공포 프리미엄이 서서히 빠져나간다.
2)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가 꺾일 때
이번 사이클에서 금리는 "주변 변수"였지만, 완전히 무시되지는 않는다. 인하 기대가 사라지면, 이미 올려놓은 가격을 일부 반납하는 조정이 나온다.
3) ETF에서 자금이 급격히 유출될 때
ETF는 장기 추세를 만들지는 못해도, 단기 변동성은 키운다. ETF 유출 + 지정학 완화가 겹치면 일시적인 급락 구간이 나오기 쉽다.
금은 달러로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달러 강세 → 금 하락", "달러 약세 → 금 상승" 구조가 정석이다. 하지만 2024~2025년은 달러와 금이 동시에 강세를 보인 이례적인 시기였다.
KODEX 골드선물(H)은 환헤지(H)가 걸려 있어 원/달러 환율 영향이 상당 부분 상쇄된다. 그래서 이 상품을 볼 때는 "환율"보다 금 현·선물 가격과 중앙은행 매입, 지정학 리스크를 더 우선해서 보는 편이 좋다.
금은 이제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를 대체하기 위해 사들이는 "전략 자산" 성격이 강해졌다. 그래서 단기 캔들 패턴보다, "누가, 어떤 이유로, 어느 속도로 사고 있는지"를 먼저 봐야 한다.

· 2023년 10월 저점 11,605원: 금리·달러 부담 속에서 길게 눌리다가, 중앙은행 실물 매입이 본격적으로 붙기 시작한 "장기 상승 사이클의 출발점"에 해당한다.
· 2024년 초~봄 1단 상승 파동: 금리·달러와 상관없이 부드럽게 우상향하는 구간. 차트만 보면 "이게 왜 오르지?" 싶은데, 백그라운드에서는 중앙은행이 꾸준히 금을 사들이던 시기다.
· 2024년 여름 박스 구간: ETF에서는 자금이 빠져나가지만, 실물 수요가 받쳐주면서 가격은 크게 무너지지 않는 "숨 고르기" 구간이다.
· 2024년 10월 고점 25,590원: 지정학 리스크와 중앙은행 매입, 달러 강세까지 겹치며 전통적 상관관계를 완전히 무시한 "비정형 과열 구간"이다. 교과서만 보고 있으면 이해가 안 되는 자리다.
· 2025년 초 재상승·고가권 재진입: 고점에서 크게 무너지지 않고, 조정 후 다시 고가권으로 기어올라가는 구간. "버블 붕괴"라기보다, 아직도 구조적 실물 수요가 남아 있다는 신호로 보는 편이 합리적이다.